11일 서울 관악구 신림7동 '난곡(蘭谷) '의 산101번지 일대 달동네.
한달 전 이곳이 아파트 재개발사업 대상으로 지정돼 얼마 전 철거가 시작된 뒤 허름한 동네 모습은 더욱 초라해졌다.
군데군데 슬레이트 집들이 이 빠진 것처럼 헐리고 가파른 골목길 곳곳엔 이주민들이 버리고 간 세간살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1만3천평이 넘는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달동네인 이곳은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철거된 집은 전체 2천5백채 중 5백30여채. 집들이 한채 두채 헐려나갈 때마다 남아 있는 주민들은 시름이 깊어진다. "반 평생을 살아온 곳이에요. 제발 그냥 여기서 살다 죽게 해주세요."
30년 동안 2백만원짜리 전셋집에서 혼자 살아온 이희숙(가명.68) 할머니는 "점점 가까워지는 철거반원의 망치 소리에 하루 하루가 불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7백여세대 2천여명. 주민들은 "이 중 절반 이상이 갈 곳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와 관할 관악구청은 1997년 11월 이전 전입자에 한해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내주기로 했다. 입주조건은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14만원.
하지만 평균 3백만원의 전셋집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조건은 버겁다. 그나마 97년 이후 전입한 3백여세대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또 혼자 사는 58명의 노인들은 입주한다 해도 월세조차 내기 힘들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모든 세입자에게 임대아파트 입주 기회를 주고, 장기 저리 전세자금을 충분히 융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초등생인 아들이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없어진 걸 보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역시 초등생 때 소작농인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왔다는 이정숙(가명.42.여) 씨는 "아들과 함께 또 다른 달동네를 찾아 헤매는 짓은 하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난곡은 60년대 후반부터 청계천 등 서울 도심이 정비되면서 생긴 2천6백여세대가 강제이주해 생겼다. 봉천동.돈암동.사당동 등 서울의 다른 달동네들이 80년대 후반 몰아친 재개발 바람 속에 아파트촌으로 바뀔 때도 이곳만은 남았다.
서울 신림종합사회복지관 최성숙 부장은 "근로의욕을 상실하고 깊은 무력감에 휩싸인 이들이 난곡을 떠나 잘살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악구청은 "난곡 빈민층의 사정은 충분히 알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관련 법규가 없다"며 "다른 재개발지역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30군데가 넘는 달동네를 전전해 왔습니다. 이제 또 어디로…."
한 세입자의 말이 가슴을 후벼팠다.
손민호.남궁욱 기자
한달 전 이곳이 아파트 재개발사업 대상으로 지정돼 얼마 전 철거가 시작된 뒤 허름한 동네 모습은 더욱 초라해졌다.
군데군데 슬레이트 집들이 이 빠진 것처럼 헐리고 가파른 골목길 곳곳엔 이주민들이 버리고 간 세간살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1만3천평이 넘는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달동네인 이곳은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철거된 집은 전체 2천5백채 중 5백30여채. 집들이 한채 두채 헐려나갈 때마다 남아 있는 주민들은 시름이 깊어진다. "반 평생을 살아온 곳이에요. 제발 그냥 여기서 살다 죽게 해주세요."
30년 동안 2백만원짜리 전셋집에서 혼자 살아온 이희숙(가명.68) 할머니는 "점점 가까워지는 철거반원의 망치 소리에 하루 하루가 불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이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7백여세대 2천여명. 주민들은 "이 중 절반 이상이 갈 곳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와 관할 관악구청은 1997년 11월 이전 전입자에 한해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내주기로 했다. 입주조건은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14만원.
하지만 평균 3백만원의 전셋집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조건은 버겁다. 그나마 97년 이후 전입한 3백여세대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또 혼자 사는 58명의 노인들은 입주한다 해도 월세조차 내기 힘들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모든 세입자에게 임대아파트 입주 기회를 주고, 장기 저리 전세자금을 충분히 융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초등생인 아들이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없어진 걸 보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역시 초등생 때 소작농인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왔다는 이정숙(가명.42.여) 씨는 "아들과 함께 또 다른 달동네를 찾아 헤매는 짓은 하고싶지 않다"고 말했다.
난곡은 60년대 후반부터 청계천 등 서울 도심이 정비되면서 생긴 2천6백여세대가 강제이주해 생겼다. 봉천동.돈암동.사당동 등 서울의 다른 달동네들이 80년대 후반 몰아친 재개발 바람 속에 아파트촌으로 바뀔 때도 이곳만은 남았다.
서울 신림종합사회복지관 최성숙 부장은 "근로의욕을 상실하고 깊은 무력감에 휩싸인 이들이 난곡을 떠나 잘살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악구청은 "난곡 빈민층의 사정은 충분히 알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관련 법규가 없다"며 "다른 재개발지역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30군데가 넘는 달동네를 전전해 왔습니다. 이제 또 어디로…."
한 세입자의 말이 가슴을 후벼팠다.
손민호.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