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당장 치료해야할 환자 반이상 갈곳 없어
무료요양 병상 전국 2만개밖에 안돼
月100만원 넘는 일반시설 그림의 떡
“전 잠시 놀러 온 사람이에요. 며칠 있다 집에 가요.”
정말 잠시 다니러 온 것처럼 송미숙(가명·75) 할머니의 행동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송 할머니는 벌써 2년 전부터 ‘잠시 놀러 와’ 있다. 할머니의 기억은 2년 전 딸의 손을 잡고 이곳에 나들이하듯 온 그날에 멈춰져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산속에 자리한 노인치매요양원 ‘베들레헴 사랑의 집’. 이곳에는 송 할머니를 포함해 치매 노인 24명이 살고 있다.
창가에 힘없이 기대어 앉아 있는 오은옥(가명·91) 할머니는 지난 밤을 꼬박 새웠다. 벌써 이틀째다. 누군가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사흘에 한 번씩 겨우 잠을 청하고 있다. 사랑의 집 관계자는 “항상 서너명은 밤에 잠을 안 자고 요양원을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이곳은 20여년간 노인 목회 활동을 해온 이현정(65) 목사가 1인당 월 30만~50만원의 실비를 받고 치매노인들을 보살피고 있는 곳이다. 월 이용료가 100만원이 넘는 일반 민간 요양시설에 비하면 무척 싼 편이다. 그러나 국내 치매환자 대부분에게 이런 일반 요양시설은 ‘그림의 떡’이다.
작년 말 현재 국내 치매노인 환자수는 34만6000명. 1990년 17만명에서 2배 이상 늘었다. 해마다 급증해 2010년엔 45만6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의 치매요양시설은 537개에 불과하고 병상수는 공공·민간을 통틀어 4만개가 채 안 된다. 치매환자의 약12%만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병원 등 시설보호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치매노인 8만3000여명(복지부 통계)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다.
또 월 100만~250만원에 달하는 과다한 일반시설 이용료는 치매환자 가족들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벅찬 금액이다. 무료 이용혜택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제한돼 있고, 무료요양 병상은 2만개 정도이기 때문이다. 월 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고급 노인전문병원들도 있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치매환자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저소득층인 기초생활수급자와 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산층 가족의 치매환자들은 갈 곳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월 12만원 안팎을 받고 출·퇴근식으로 운영하는 노인종합복지관은 대기자들이 줄을 서있다. 서울 성동구청 노인복지 담당자는 “치매가족들은 저렴한 노인복지관을 선호하고 있지만 재정부담 때문에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 사회복지사는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하고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며 “치매환자와 고통받는 환자 가족을 위한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매년 100여개의 치매요양시설을 늘려 2011년까지 시설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치매 막으려면
1. 끊임없이 머리 쓰기
2. 항상 밝게 웃고 적극적으로 살기
3. 금연·금주, 규칙적 운동
4. 고혈압·당뇨 등 성인병을 관리
5. 많이 씹기
6. 등 푸른 생선, 비타민E, 비타민B 복합체 엽산(葉酸) 등을 많이 섭취
7. 정기적으로 신체검사
동두천=조의준기자 joyjune@chosun.com
하남=김재곤기자 truman@chosun.com
오해정기자haedoji@chosun.com
조선일보(2005.02.12)
무료요양 병상 전국 2만개밖에 안돼
月100만원 넘는 일반시설 그림의 떡
“전 잠시 놀러 온 사람이에요. 며칠 있다 집에 가요.”
정말 잠시 다니러 온 것처럼 송미숙(가명·75) 할머니의 행동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송 할머니는 벌써 2년 전부터 ‘잠시 놀러 와’ 있다. 할머니의 기억은 2년 전 딸의 손을 잡고 이곳에 나들이하듯 온 그날에 멈춰져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산속에 자리한 노인치매요양원 ‘베들레헴 사랑의 집’. 이곳에는 송 할머니를 포함해 치매 노인 24명이 살고 있다.
창가에 힘없이 기대어 앉아 있는 오은옥(가명·91) 할머니는 지난 밤을 꼬박 새웠다. 벌써 이틀째다. 누군가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사흘에 한 번씩 겨우 잠을 청하고 있다. 사랑의 집 관계자는 “항상 서너명은 밤에 잠을 안 자고 요양원을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이곳은 20여년간 노인 목회 활동을 해온 이현정(65) 목사가 1인당 월 30만~50만원의 실비를 받고 치매노인들을 보살피고 있는 곳이다. 월 이용료가 100만원이 넘는 일반 민간 요양시설에 비하면 무척 싼 편이다. 그러나 국내 치매환자 대부분에게 이런 일반 요양시설은 ‘그림의 떡’이다.
작년 말 현재 국내 치매노인 환자수는 34만6000명. 1990년 17만명에서 2배 이상 늘었다. 해마다 급증해 2010년엔 45만6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의 치매요양시설은 537개에 불과하고 병상수는 공공·민간을 통틀어 4만개가 채 안 된다. 치매환자의 약12%만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병원 등 시설보호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치매노인 8만3000여명(복지부 통계)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다.
또 월 100만~250만원에 달하는 과다한 일반시설 이용료는 치매환자 가족들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벅찬 금액이다. 무료 이용혜택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제한돼 있고, 무료요양 병상은 2만개 정도이기 때문이다. 월 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고급 노인전문병원들도 있지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치매환자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저소득층인 기초생활수급자와 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산층 가족의 치매환자들은 갈 곳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월 12만원 안팎을 받고 출·퇴근식으로 운영하는 노인종합복지관은 대기자들이 줄을 서있다. 서울 성동구청 노인복지 담당자는 “치매가족들은 저렴한 노인복지관을 선호하고 있지만 재정부담 때문에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 사회복지사는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하고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며 “치매환자와 고통받는 환자 가족을 위한 정부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매년 100여개의 치매요양시설을 늘려 2011년까지 시설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치매 막으려면
1. 끊임없이 머리 쓰기
2. 항상 밝게 웃고 적극적으로 살기
3. 금연·금주, 규칙적 운동
4. 고혈압·당뇨 등 성인병을 관리
5. 많이 씹기
6. 등 푸른 생선, 비타민E, 비타민B 복합체 엽산(葉酸) 등을 많이 섭취
7. 정기적으로 신체검사
동두천=조의준기자 joyjune@chosun.com
하남=김재곤기자 truman@chosun.com
오해정기자haedoji@chosun.com
조선일보(200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