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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승화한 실종자가족들 자원봉사 자청
03-02-26 09:36 1,525회 0건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로 가족을 잃은 실종자 가족들이 슬픔을 뒤로 하고 같은 처지의 실종자 가족들을 돕고 있어감동을 주고 있다.

24일 대구시민회관 실종자 가족 대기소 한 켠. 흰 가운 차림의 약사 배은호(49ㆍ경북 영천시)씨는 이번 참사로 딸 소현(20ㆍ영남대 생화학과2년) 양을 잃었으면서도 묵묵히 탈진 상태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의 건강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버지를 따라 약사가 되려고 약대 편입시험을 준비하던 소현양은 평소처럼 시내 학원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가 변을 당했다.

지하철 폐쇄회로 TV 화면을 통해 딸의 모습을 확인하곤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는 배씨는 “소현이는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유난히 따랐다”며 “하지만 마냥 슬퍼할 수만도 없어 나보다 딱한 처지의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위해 건강상담 자원봉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로 딸 현진(19) 양을 잃은 대구시청 총무과 직원 이달식(45)씨와 동생을 잃은 김향진(23ㆍ여) 씨도 사고대책본부에서 희생자 가족 돕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이씨는 서울대 입학을 앞두고 사고 전동차를 탔다가 실종된 현진양의 사망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씨는 “딸을 잃은 슬픔을 가눌 길이 없지만 공무원으로서 사고수습을 앉아서 지켜볼 수만 없었다”며 “실종자 가족들과 사고대책본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가족대책위 전산팀에서 실종자 자료입력을 맡고 있는 김씨는 “억울한 사연을 가진 가족들이 너무 많아 이들의 고통을 알릴 수 있는 인터넷 자원봉사를 자청했다”며 바삐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지만 눈시울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대구=특별취재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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