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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화해권유보다 피해자 보호를
03-02-25 10:21 1,280회 0건
최근 유명 연예인의 폭행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에서도 가정폭력에 대해 적극 대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경찰이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및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법률’의 내용을 피해자에게 적극 설명하여 주기로 하는 한편, 경찰을 상대로 특별교육을 실시하기로 하였다는 발표 내용은 상당히 반갑다. 다만 “그것은 경찰이 무조건 강제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만한 해결을 원칙으로 하되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이다”라고 덧붙인 말과 관련해 실제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했을 때 느낀 고충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먼저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할 단계라면 상당히 심각한 상태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모두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다. 매맞는 아내들의 경우 이혼을 결심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신고를 꺼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도 경찰에 신고했다면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 최후수단을 택했다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단계에 있는 피해자들에게 섣불리 화해를 권유하거나, 가해자를 불러 함께 조사하는 것은 피해자들을 위축시키기 마련이다. 그럴 경우 조사가 형식적으로 흐를 우려도 많다.

이런 점에서 경찰이 원만한 해결을 원칙으로 한다는 말이 피해자들에게 소극적으로 합의를 권유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면서 가장 원하는 것이 가해자로부터 안전하게 피난하는 것이며, 다시 가해자의 폭력 앞에 노출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피해자를 구호조처하거나 일단 보호시설에 유치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일차적으로 경찰에 의하여 피해자에 대한 고려와 보호가 이뤄지고, 그들을 보호하는 여러 기관과 연대가 이뤄지면, 가정폭력에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일이 줄어들고 좀 더 건강한 가정과 사회가 펼쳐질 것이다.

김인숙/변호사·kiminsook1962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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