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몸살앓는 지구촌
의약분업 시행 등 의료개혁을 놓고 홍역을 치른 한국처럼 세계 주요
국도 기존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국민과 의료인들의 불만족이 커지면서
이른바 ‘의료개혁 몸살’을 겪고 있다. 의료재정 확충과 민간의료보
험 도입 등을 둘러싼 의료개혁 논란은 세계 각국이 안고 있거나 공통
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제도를 시행하
고 있다고 평가받는 캐나다와 오랫동안 여야와 노조 등이 격돌해온 영
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의료개혁 논란 및 의보제도 현황을 점검해
본다.
재정난.민영화 갈등 "의료 사회화" 신음
▶캐나다=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최근 캐나다에서 일
고 있는 의사파업 사태에 대해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는데도 캐나다
의 보건의료서비스제도에는 이미 스산함이 깃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나라에는 최근 유례없는 의사파업 사태를 겪고 있다. 뉴펀들랜드
주의 의사들은 지난 1일 ‘임금인상과 의사부족 해결’ 등을 요구하며
응급·입원 환자와 산모를 제외한 모든 환자의 치료를 거부한 채 거리
로 쏟아져나왔으며, 서스캐처원에서도 이날 이래 2500여명의 약사와
의료보조원이 3주간 파업에 들어갔다. 퀘벡에서도 일반의들이 일반 업
무 외에 응급실 근무를 하도록 하는 새 주법에 항의해 들썩거리고 있
다. 1971년이래 전 국민에게 거의 무상으로 의료를 보장하는 ‘전국민
의료보장시대’를 열어 온 캐나다의 의료제도는 수입이나 나이, 건강
상태에 따른 차별이 없는 등 자본주의 국가 가운데 가장 선진적인 것
으로 평가받아왔으며 캐나다인들의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이 제도가
지금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의료제도도 대부분의 나라처럼 의료
비 상승으로 더 많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각 주마다 의
료수요가 다른 데도 연방정부가 똑같은 기준으로 지원해 빚어지는 의
료빈부 문제 등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함께 부
담하는 의료재원은 제도 시행초에는 연방정부가 각 주의 의료지출의
50%를 맡아왔지만 그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 나
라 의사들에게는 의사부족으로 인한 격무와 스트레스를, 환자들에게
는 특진을 받기 위해 몇주 동안 기다리도록 하는 고통을 주고 있다.
이는 주와 연방의 갈등을 넘어서 이 나라의 주요한 정치적 이슈로 이
미 발전한 상태다. 지난주 13개 주의 주지사들은 수도 오타와에 모여
보건의료 지출에 대한 연방정부의 보조금이 지난 20년 동안 거의 4분
의 3이나 떨어진 14%에 불과하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장 크레티엥 총리는 내년초 주지사 회의를 소집해 의료개혁안
을 놓고 토론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캐나다인들은
숨만 죽이고 있지는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영국=올해로 54주년을 맞는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한때 영
국 정부의 가장 큰 업적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 제도
또한 긴급을 요하지 않는 수술의 경우 대기시간이 평균 3개월이 걸리
는 등 ‘중병’에 걸려 몇차례 수술대에 올랐지만 여전히 병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비시방송>은 ‘영국 의료개혁 논란의 핵심
은 민간참여 문제’라며 영 국민 앞에 폭풍우가 들이닥치고 있다고 말
했다. 토니 블레어 정부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민간참여만이 현 국민보
건서비스의 능력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당은 그렇
다고 병원에 완전한 재정독립을 주는 방향까지는 원하지 않고 있다.
야당인 보수당은 한 술 더 떠 민간 참여의 폭을 더욱 넓히는 급진적
보건정책의 밑그림을 최근 발표했다.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 보건정책에 있다고 여기는 보수당의 이에인 던컨 스미스 당수는
“영국 내 모든 병원에 예산의 자율권을 주는 식으로 국민보건서비스
를 다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이 당의 리암 폭스 보건담당 대변인
도 “국민보건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정치적 간섭과 의사들에 대한 통
제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병원이 스스로 기금을 마련하
고 예산을 자율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힘을 부여하고 민간보험에
가입해 돈을 내는 이들에게 세제우대 조처를 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
했다.
노조 등 일각에서는 이런 민간참여 움직임은 결국 의료서비스를 민영
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의료 등 공공서
비스를 민영화하는 신자유주의적 풍조는 80년대부터 보수당은 물론 노
동당까지 다투어 추진해왔다. 90년대에 보수당은 기업이 병원을 지어
운영하는 이른바 ‘민간투자계획’을 도입했으며 97년 집권한 노동당
은 이를 계승했다. 이에 따라 현재 19개의 민자유치병원이 건설 중이
고 15개 병원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민간 참여에 대해 의료노동조합
인 유니슨은 의료서비스의 일시적 향상을 줘도 끝내는 병원서비스의
질을 떨어 뜨리고 의료인들의 노동조건을 낮출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
다.
■각국 의보제도
전세계의 의료보장 제도는 국민보건서비스(NHS), 국민건강보험(NHI),
민간보험, 사회주의국가 형태 등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
다.
국민보건서비스 방식은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의료비용을 거의
책임지는 것으로 전 국민은 원칙적으로 보험료 부담 없이 똑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영국·스웨덴·이탈리아·캐나다 등이 이 방식을 채
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방식은 사회보험 방식으로도 불리며 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고 이 돈으로 계약을 맺은 병·의원들이 국민들
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방식은 하나의 통합기구가 전 국민을
관리하느냐, 아니면 같은 성격을 가진 집단을 따로 묶어 관리조직을
따로 두느냐에 따라 통합주의와 조합주의로 나뉜다. 대만·멕시코·이
스라엘 등이 통합주의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며 독일·프랑스·
일본 등은 조합주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간보험 방식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의료욕구를 각 개인
, 즉 자본주의 시장기능에 맡겨 두는 것으로 개인주의 전통이 강한 미
국이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도 노인과 가난한 저소득층
등 일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메디케어(노인의료보장제도)와 메디케이
드(의료부조) 제도를 두고 있다. 쿠바·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는 민간
병원이 없고 국가의료기관이 무상으로 의료를 제공한다. 한국은 국민
건강보험 방식을 취한 가운데 관리조직 운영이 김대중 정부 들어 조합
주의에서 통합주의 방식으로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세계 각국의 의료보장 제도는 △역사적 상황
과 이념, 국민 의식수준 △관리운영 체계 △의료재정 조달 방식 △의
료서비스의 방식과 내용 등에 따라 복잡다단한 나름의 특성을 갖고 있
다. 다만 먹고 자고 입는 것만큼 의료도 중요한 인간의 욕구이자 인권
이니만큼 개인이나 가족에게만 책임을 두지 않고 어떤 사회적 장치로
함께 풀어야 한다(의료의 사회화)는 큰 공감대 속에서 나름의 제도를
운용 또는 발전시키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각국은 또 민간보험
도입문제, 고령화사회에 따른 의료재정 부족, 의료의 질적 저하, 관리
조직의 비효율성 등의 이른바 개혁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놓
고 고심하고 있기도 하다.
의약분업 시행 등 의료개혁을 놓고 홍역을 치른 한국처럼 세계 주요
국도 기존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국민과 의료인들의 불만족이 커지면서
이른바 ‘의료개혁 몸살’을 겪고 있다. 의료재정 확충과 민간의료보
험 도입 등을 둘러싼 의료개혁 논란은 세계 각국이 안고 있거나 공통
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제도를 시행하
고 있다고 평가받는 캐나다와 오랫동안 여야와 노조 등이 격돌해온 영
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의료개혁 논란 및 의보제도 현황을 점검해
본다.
재정난.민영화 갈등 "의료 사회화" 신음
▶캐나다=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최근 캐나다에서 일
고 있는 의사파업 사태에 대해 ‘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는데도 캐나다
의 보건의료서비스제도에는 이미 스산함이 깃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나라에는 최근 유례없는 의사파업 사태를 겪고 있다. 뉴펀들랜드
주의 의사들은 지난 1일 ‘임금인상과 의사부족 해결’ 등을 요구하며
응급·입원 환자와 산모를 제외한 모든 환자의 치료를 거부한 채 거리
로 쏟아져나왔으며, 서스캐처원에서도 이날 이래 2500여명의 약사와
의료보조원이 3주간 파업에 들어갔다. 퀘벡에서도 일반의들이 일반 업
무 외에 응급실 근무를 하도록 하는 새 주법에 항의해 들썩거리고 있
다. 1971년이래 전 국민에게 거의 무상으로 의료를 보장하는 ‘전국민
의료보장시대’를 열어 온 캐나다의 의료제도는 수입이나 나이, 건강
상태에 따른 차별이 없는 등 자본주의 국가 가운데 가장 선진적인 것
으로 평가받아왔으며 캐나다인들의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이 제도가
지금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의료제도도 대부분의 나라처럼 의료
비 상승으로 더 많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각 주마다 의
료수요가 다른 데도 연방정부가 똑같은 기준으로 지원해 빚어지는 의
료빈부 문제 등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함께 부
담하는 의료재원은 제도 시행초에는 연방정부가 각 주의 의료지출의
50%를 맡아왔지만 그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 나
라 의사들에게는 의사부족으로 인한 격무와 스트레스를, 환자들에게
는 특진을 받기 위해 몇주 동안 기다리도록 하는 고통을 주고 있다.
이는 주와 연방의 갈등을 넘어서 이 나라의 주요한 정치적 이슈로 이
미 발전한 상태다. 지난주 13개 주의 주지사들은 수도 오타와에 모여
보건의료 지출에 대한 연방정부의 보조금이 지난 20년 동안 거의 4분
의 3이나 떨어진 14%에 불과하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장 크레티엥 총리는 내년초 주지사 회의를 소집해 의료개혁안
을 놓고 토론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캐나다인들은
숨만 죽이고 있지는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영국=올해로 54주년을 맞는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한때 영
국 정부의 가장 큰 업적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 제도
또한 긴급을 요하지 않는 수술의 경우 대기시간이 평균 3개월이 걸리
는 등 ‘중병’에 걸려 몇차례 수술대에 올랐지만 여전히 병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비시방송>은 ‘영국 의료개혁 논란의 핵심
은 민간참여 문제’라며 영 국민 앞에 폭풍우가 들이닥치고 있다고 말
했다. 토니 블레어 정부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민간참여만이 현 국민보
건서비스의 능력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당은 그렇
다고 병원에 완전한 재정독립을 주는 방향까지는 원하지 않고 있다.
야당인 보수당은 한 술 더 떠 민간 참여의 폭을 더욱 넓히는 급진적
보건정책의 밑그림을 최근 발표했다.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 보건정책에 있다고 여기는 보수당의 이에인 던컨 스미스 당수는
“영국 내 모든 병원에 예산의 자율권을 주는 식으로 국민보건서비스
를 다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이 당의 리암 폭스 보건담당 대변인
도 “국민보건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정치적 간섭과 의사들에 대한 통
제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병원이 스스로 기금을 마련하
고 예산을 자율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도록 힘을 부여하고 민간보험에
가입해 돈을 내는 이들에게 세제우대 조처를 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
했다.
노조 등 일각에서는 이런 민간참여 움직임은 결국 의료서비스를 민영
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의료 등 공공서
비스를 민영화하는 신자유주의적 풍조는 80년대부터 보수당은 물론 노
동당까지 다투어 추진해왔다. 90년대에 보수당은 기업이 병원을 지어
운영하는 이른바 ‘민간투자계획’을 도입했으며 97년 집권한 노동당
은 이를 계승했다. 이에 따라 현재 19개의 민자유치병원이 건설 중이
고 15개 병원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민간 참여에 대해 의료노동조합
인 유니슨은 의료서비스의 일시적 향상을 줘도 끝내는 병원서비스의
질을 떨어 뜨리고 의료인들의 노동조건을 낮출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
다.
■각국 의보제도
전세계의 의료보장 제도는 국민보건서비스(NHS), 국민건강보험(NHI),
민간보험, 사회주의국가 형태 등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
다.
국민보건서비스 방식은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의료비용을 거의
책임지는 것으로 전 국민은 원칙적으로 보험료 부담 없이 똑같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영국·스웨덴·이탈리아·캐나다 등이 이 방식을 채
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방식은 사회보험 방식으로도 불리며 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고 이 돈으로 계약을 맺은 병·의원들이 국민들
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방식은 하나의 통합기구가 전 국민을
관리하느냐, 아니면 같은 성격을 가진 집단을 따로 묶어 관리조직을
따로 두느냐에 따라 통합주의와 조합주의로 나뉜다. 대만·멕시코·이
스라엘 등이 통합주의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며 독일·프랑스·
일본 등은 조합주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간보험 방식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의료욕구를 각 개인
, 즉 자본주의 시장기능에 맡겨 두는 것으로 개인주의 전통이 강한 미
국이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도 노인과 가난한 저소득층
등 일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메디케어(노인의료보장제도)와 메디케이
드(의료부조) 제도를 두고 있다. 쿠바·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는 민간
병원이 없고 국가의료기관이 무상으로 의료를 제공한다. 한국은 국민
건강보험 방식을 취한 가운데 관리조직 운영이 김대중 정부 들어 조합
주의에서 통합주의 방식으로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세계 각국의 의료보장 제도는 △역사적 상황
과 이념, 국민 의식수준 △관리운영 체계 △의료재정 조달 방식 △의
료서비스의 방식과 내용 등에 따라 복잡다단한 나름의 특성을 갖고 있
다. 다만 먹고 자고 입는 것만큼 의료도 중요한 인간의 욕구이자 인권
이니만큼 개인이나 가족에게만 책임을 두지 않고 어떤 사회적 장치로
함께 풀어야 한다(의료의 사회화)는 큰 공감대 속에서 나름의 제도를
운용 또는 발전시키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각국은 또 민간보험
도입문제, 고령화사회에 따른 의료재정 부족, 의료의 질적 저하, 관리
조직의 비효율성 등의 이른바 개혁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놓
고 고심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