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배형진군 "나는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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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수놓은 '마라톤 축제'
2시간57분 풀코스 완주
춘천마라톤 일반인 48위
“힘-들-지-만- 기-분- 좋-아-요.”
21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42.195㎞를 완주하고 결승선을 통과한 2급 정신지체 장애인 배형진(18)군은 가쁜 숨을 내뱉으면서도 “기분 좋다”는 말을 반복했다. 어머니 박미경(43)씨는 아들을 부둥켜 안았다.
이날 배군의 기록은 2시간57분07초. 일반 풀코스 참가자 1만153명 중 48위나 되는 호(호)성적이다. 그동안 춘천마라톤에만 3번을 연속 도전해 10㎞를 2번, 하프마라톤을 1번 완주했던 배군은 올해 네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날 기록은 지난 8월 첫 마라톤 풀코스 완주 때 기록을 40여분 단축한 것이다.
배군은 레이스 초반부터 선두를 유지했다. 거리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하고, ‘파이팅’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30㎞를 지나면서 속도가 처지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계속 달렸다.
경기장 입구로 당당하게 뛰어들어 오는 모습을 본 어머니 박씨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정상인은 물론 마라톤선수보다도 더 활기찼기 때문이다. 이는 어머니 박씨의 ‘인간 승리’이기도 했다. 배군은 네 살 때 자폐증 판정을 받았다. 다른 사람과 교섭하기를 싫어하며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히는 증상의 병이다. 때없이 울음을 터뜨리며, 사람들을 멀리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3년을 못 버티고 자퇴했다.
다른 가족들이 배군 앞날에 대해 절망했지만 어머니 박씨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박씨가 배군의 새 삶을 위해 택한 것이 운동이었다. 줄넘기·등산·달리기·수영·축구 등 모든 운동을 가르쳤다. 이웃 사람들이 “불쌍한 아들을 너무 혹사시킨다”고 했지만, “운동을 통해 정상인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밀어붙였다.
배군은 지난 98년 춘천마라톤 10㎞ 구간 경기에 처음 도전한 이후 각종 마라톤 대회에 13번 출전했고 단 한 차례도 기권하지 않았다. 달리기를 하면서 배군의 인생은 밝아졌다. 말 더듬는 것도 많이 고쳐졌고 이해력과 적응력도 좋아졌다. 배군은 작년 말부터 춘천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훈련에 돌입,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달렸고, 등산과 수영 등으로 하루 3~4시간 땀을 흘렸다고 한다. 그의 다음 목표는 철인3종 경기이다.
아들이 출전할 때마다 박씨는 “제발 아들이 완주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박씨는 “형진이에게 마라톤은 보통사람과 같아질 수 있다는 간절한 희망”이라며 “그 희망이 오늘 결실을 이뤘다”며 또다시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춘천=송동훈기자 dh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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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42.195㎞를 완주하고 결승선을 통과한 2급 정신지체 장애인 배형진(18)군은 가쁜 숨을 내뱉으면서도 “기분 좋다”는 말을 반복했다. 어머니 박미경(43)씨는 아들을 부둥켜 안았다.
이날 배군의 기록은 2시간57분07초. 일반 풀코스 참가자 1만153명 중 48위나 되는 호(호)성적이다. 그동안 춘천마라톤에만 3번을 연속 도전해 10㎞를 2번, 하프마라톤을 1번 완주했던 배군은 올해 네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날 기록은 지난 8월 첫 마라톤 풀코스 완주 때 기록을 40여분 단축한 것이다.
배군은 레이스 초반부터 선두를 유지했다. 거리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하고, ‘파이팅’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30㎞를 지나면서 속도가 처지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계속 달렸다.
경기장 입구로 당당하게 뛰어들어 오는 모습을 본 어머니 박씨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정상인은 물론 마라톤선수보다도 더 활기찼기 때문이다. 이는 어머니 박씨의 ‘인간 승리’이기도 했다. 배군은 네 살 때 자폐증 판정을 받았다. 다른 사람과 교섭하기를 싫어하며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히는 증상의 병이다. 때없이 울음을 터뜨리며, 사람들을 멀리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3년을 못 버티고 자퇴했다.
다른 가족들이 배군 앞날에 대해 절망했지만 어머니 박씨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박씨가 배군의 새 삶을 위해 택한 것이 운동이었다. 줄넘기·등산·달리기·수영·축구 등 모든 운동을 가르쳤다. 이웃 사람들이 “불쌍한 아들을 너무 혹사시킨다”고 했지만, “운동을 통해 정상인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밀어붙였다.
배군은 지난 98년 춘천마라톤 10㎞ 구간 경기에 처음 도전한 이후 각종 마라톤 대회에 13번 출전했고 단 한 차례도 기권하지 않았다. 달리기를 하면서 배군의 인생은 밝아졌다. 말 더듬는 것도 많이 고쳐졌고 이해력과 적응력도 좋아졌다. 배군은 작년 말부터 춘천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훈련에 돌입,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달렸고, 등산과 수영 등으로 하루 3~4시간 땀을 흘렸다고 한다. 그의 다음 목표는 철인3종 경기이다.
아들이 출전할 때마다 박씨는 “제발 아들이 완주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박씨는 “형진이에게 마라톤은 보통사람과 같아질 수 있다는 간절한 희망”이라며 “그 희망이 오늘 결실을 이뤘다”며 또다시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춘천=송동훈기자 dhs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