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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가정 자녀 두번 운다
02-04-06 10:25 1,454회 0건
이혼가정 자녀 두번 운다
1997년 이혼한 金모(40.여.강원도 원주시)씨는 중.고생 딸 셋을 혼자 키우며 산다.

월 수입은 조리사로 일하며 버는 1백여만원이 전부다.

이혼 당시 양육비를 주기로 했던 전 남편(42.레미콘 기사)은 한 달에 3백50만원을 벌면서도 "재혼한 아내가 못주게 한다"며 한 푼도 보내지 않는다.

참다 못해 金씨는 지난해 양육비 청구소송을 내 이겼다. 하지만 전 남편은 소송이 시작될 당시 1백50만원을 한번 주고는 또 그만이었다.

金씨는 "대응 절차가 복잡하고 사실상 실효도 없다는 변호사 말에 따라 재판에서 이기고도 결국 양육비를 포기했다"며 "아이들 학원비는커녕 연명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99년 이혼하고 네살짜리 딸을 키우던 朴모(34.여.서울)씨는 전 남편(38.회사원)과 이혼 당시 합의한 월 양육비 30여만원으로 도저히 생계가 안돼 지난해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키우기 힘들면 애를 넘기라"며 거절하는 전 남편에게 하는 수 없이 아이를 넘기고 말았다.

그는 지난해 말 직장을 가진 뒤 딸이 서울 근교의 보육원에 맡겨진 것을 알고는 소송 끝에 아이를 되찾았다.

朴씨는 "추가 양육비 청구를 위해 법적 절차를 밟는데 돈이 많이 들고 복잡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 평범한 이혼 가정의 드물지 않은 사례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이혼율 3위(인구 1천명당 2.8쌍.지난해 통계청 집계)인 한국.

그러나 이혼 가정의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보호장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혼 소송에서 양육비 지급 결정을 받아냈거나, 양육비 청구소송에서 승소해도 상대방이 주지 않으면 실질적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하면 1백만원 이하 벌금형이나 30일 이하의 구류를 살게 하는 감치형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별 실효성이 없어 법원도 사실상 사문화한 규정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법조계의 말이다.

월급 가압류 신청도 직장이 없는 자영업자 등에겐 통하지 않는 수단일 뿐이다.

여성문제 전문 이명숙(李明淑)변호사는 "양육비를 받기 위해 이행명령 제도를 활용하려 해도 법원에서는 이행을 권유하는 게 사실상 전부"라며 "월급 가압류 신청도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상대방이 자영업자나 재산의 명의를 이전한 경우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李변호사는 "양육비 지급을 보다 간단한 절차를 통해 강제 집행하게 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 사례=미국은 이혼가정에서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형사상 양육 의무 불이행죄 혹은 법정 모독죄로 처벌받는다.

독일에서는 국가가 이혼가정에 양육비를 선지급한 뒤 지급 의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이를 회수한다.

영국은 행정기관에 양육비 지급을 신청하면 담당기관에서 양육비 지급 의무자의 생활수준에 맞춰 양육비를 강제 징수한다.

일본은 법원의 조사관제도를 활용,조사관이 수시로 전화.방문을 통해 양육비가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행을 강제한다.

홍주연.손해용 기자 jdre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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