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고민 해결 전문가 교내 상주
스웨덴과 핀란드의 학생 복지는 무상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학교가 학교사회사업가를 고용해 학생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인다.
학교사회사업가는 학생들에게도 '복지'라는 개념을 적용해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학교 단위의 사회복지사다.
그들의 역할은 학습 부진.자살 충동.약물 남용.학교폭력.가정 문제 등 학생의 생활 문제 전반에 걸쳐 전문가의 지원을 주선하고 학생의 변화를 관리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상담교사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삼성사회봉사단.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국내 사회복지사 6명과 스웨덴.핀란드의 학교사회사업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스웨덴 중남부 중소도시인 노르쇄핑시 렌바겐 초등학교(9년제)상담실. 8학년 에릭 닐슨(15)이 지난주 여자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있었던 일을 학교사회사업가인 안나 카린에게 자랑삼아 말하고 있었다.
닐슨의 얼굴 어디에도 그늘진 구석은 없었다. 그러나 2년 전 닐슨이 상담실을 처음 찾았을 때의 사정은 영 딴판이었다.
당시 닐슨의 담임교사는 "그 아이는 결석이 잦은 데다 대인기피증마저 심해 점심시간에 식당도 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담임교사는 닐슨의 결석일수가 일주일에 평균 3~4일이나 되자 교장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당일 오후 닐슨을 돌보기 위해 학교장.담임교사.학교사회사업가.양호교사로 구성된 '학교생활지원팀'이 가동됐다.
양호교사와 상담실의 분석 결과 닐슨은 5년여에 걸친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심한 정서불안 상태에 빠져 있었다.
학교사회사업가 카린은 닐슨의 어머니를 찾아가 그의 상태를 말해주고, 가정에서의 생활 태도 등을 전해들었다. 그 뒤 지역 사회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아동심리 전문가가 닐슨을 무료로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카린은 닐슨의 학교 생활 태도를 일주일 단위로 점검해 아동심리 전문가와 가족에게 알려줬고, 담임교사에게도 닐슨의 가정생활과 치료 경과를 전해줬다.
학교 안팎으로 발품을 팔고 다닌 카린의 노력으로 닐슨은 1년반 만에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학교장 인갈린 해그런드는 "닐슨의 회복에는 교실과 가정.지역사회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카린의 공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학교사회사업 제도는 닐슨의 경우처럼 가정.학교.지역사회가 손잡고 각종 문제로 고통받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제도의 실시 배경에는 '학교는 작은 사회'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학교사회사업은 학생들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스웨덴의 학교사회사업가는 학생 문제를 총괄하고 기획.조정한다는 의미에서 '학교 큐레이터'로 불린다.
스웨덴 교육부 레나함 마그 학교복지담당관은 "지난해 1백80개 학교 4천여명의 학생을 상담한 결과 학생들의 고민이 가정 문제와 교우관계.우울증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며 "이같은 복잡하고 예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5백명당 한명꼴인 1천5백여명의 학교사회사업가가 활동중"이라고 말했다.
학교사회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위원회가 예산을 지원, 학교사회사업가를 학교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학교사회사업가는 예산 집행 주체에 따라 학교 소속과 협회 소속 두 부류가 있다.
스웨덴 학교사회사업가협회장 모니카 한슨존슨은 "학생이 5백명 이상이거나 학교장이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는 학교들은 사회사업가를 채용해 학교 특성에 맞춰 학교사회사업 활동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평균 2~3개 학교를 순회하는 협회 소속 사회사업가는 학교장의 간섭을 덜 받고 활동한다는 장점이 있다.
스톡홀름시에서는 90명의 학교 사회사업가가 활동 중인데 학교소속과 협회 소속이 반반이다. 이들은 개별 또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역 사회복지센터의 인적.물적 자원을 파악해 학생들에게 골고루 지원되도록 가교 역할도 한다.
이웃 나라 핀란드도 스웨덴의 영향으로 학교사회사업가가 각급 학교에 배치돼 있으며, 자치단체의 재정 지원 아래 1천3백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서울시교육청 시범사업으로 전임 학교사회사업가 제도를 처음 도입해 서울 영등포여상(현 영상고).연북중.한가람고 등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에는 시교육청과 민간기관(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재정 지원 또는 개별 학교 차원의 채용 방식으로 모두 18개 학교에서 학교사회사업가가 활동하게 된다.
노르쇄핑=정용환 기자
스웨덴과 핀란드의 학생 복지는 무상 교육에 그치지 않는다.학교가 학교사회사업가를 고용해 학생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인다.
학교사회사업가는 학생들에게도 '복지'라는 개념을 적용해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학교 단위의 사회복지사다.
그들의 역할은 학습 부진.자살 충동.약물 남용.학교폭력.가정 문제 등 학생의 생활 문제 전반에 걸쳐 전문가의 지원을 주선하고 학생의 변화를 관리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상담교사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삼성사회봉사단.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국내 사회복지사 6명과 스웨덴.핀란드의 학교사회사업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스웨덴 중남부 중소도시인 노르쇄핑시 렌바겐 초등학교(9년제)상담실. 8학년 에릭 닐슨(15)이 지난주 여자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있었던 일을 학교사회사업가인 안나 카린에게 자랑삼아 말하고 있었다.
닐슨의 얼굴 어디에도 그늘진 구석은 없었다. 그러나 2년 전 닐슨이 상담실을 처음 찾았을 때의 사정은 영 딴판이었다.
당시 닐슨의 담임교사는 "그 아이는 결석이 잦은 데다 대인기피증마저 심해 점심시간에 식당도 가지 못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담임교사는 닐슨의 결석일수가 일주일에 평균 3~4일이나 되자 교장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당일 오후 닐슨을 돌보기 위해 학교장.담임교사.학교사회사업가.양호교사로 구성된 '학교생활지원팀'이 가동됐다.
양호교사와 상담실의 분석 결과 닐슨은 5년여에 걸친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심한 정서불안 상태에 빠져 있었다.
학교사회사업가 카린은 닐슨의 어머니를 찾아가 그의 상태를 말해주고, 가정에서의 생활 태도 등을 전해들었다. 그 뒤 지역 사회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아동심리 전문가가 닐슨을 무료로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카린은 닐슨의 학교 생활 태도를 일주일 단위로 점검해 아동심리 전문가와 가족에게 알려줬고, 담임교사에게도 닐슨의 가정생활과 치료 경과를 전해줬다.
학교 안팎으로 발품을 팔고 다닌 카린의 노력으로 닐슨은 1년반 만에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학교장 인갈린 해그런드는 "닐슨의 회복에는 교실과 가정.지역사회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카린의 공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학교사회사업 제도는 닐슨의 경우처럼 가정.학교.지역사회가 손잡고 각종 문제로 고통받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제도의 실시 배경에는 '학교는 작은 사회'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학교사회사업은 학생들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스웨덴의 학교사회사업가는 학생 문제를 총괄하고 기획.조정한다는 의미에서 '학교 큐레이터'로 불린다.
스웨덴 교육부 레나함 마그 학교복지담당관은 "지난해 1백80개 학교 4천여명의 학생을 상담한 결과 학생들의 고민이 가정 문제와 교우관계.우울증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며 "이같은 복잡하고 예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5백명당 한명꼴인 1천5백여명의 학교사회사업가가 활동중"이라고 말했다.
학교사회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위원회가 예산을 지원, 학교사회사업가를 학교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학교사회사업가는 예산 집행 주체에 따라 학교 소속과 협회 소속 두 부류가 있다.
스웨덴 학교사회사업가협회장 모니카 한슨존슨은 "학생이 5백명 이상이거나 학교장이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는 학교들은 사회사업가를 채용해 학교 특성에 맞춰 학교사회사업 활동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평균 2~3개 학교를 순회하는 협회 소속 사회사업가는 학교장의 간섭을 덜 받고 활동한다는 장점이 있다.
스톡홀름시에서는 90명의 학교 사회사업가가 활동 중인데 학교소속과 협회 소속이 반반이다. 이들은 개별 또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역 사회복지센터의 인적.물적 자원을 파악해 학생들에게 골고루 지원되도록 가교 역할도 한다.
이웃 나라 핀란드도 스웨덴의 영향으로 학교사회사업가가 각급 학교에 배치돼 있으며, 자치단체의 재정 지원 아래 1천3백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서울시교육청 시범사업으로 전임 학교사회사업가 제도를 처음 도입해 서울 영등포여상(현 영상고).연북중.한가람고 등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에는 시교육청과 민간기관(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재정 지원 또는 개별 학교 차원의 채용 방식으로 모두 18개 학교에서 학교사회사업가가 활동하게 된다.
노르쇄핑=정용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