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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공공근로에 고학력자 몰린다
02-02-08 11:49 1,282회 0건
서울 마포구 합정동 '늘푸른여성정보센터'에서 가출소녀 전문 상담사로 일하는 한명숙(韓明淑.27.여)씨는 공공근로자다.

지난해 8월 한양대 교육대학원(상담교사 과정)을 졸업한 어엿한 석사 출신인 그녀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자 눈높이를 낮춰 지금의 일을 택했다.

韓씨는 "아무 데나 취업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느니 박봉이라도 전공을 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거리청소.잡초뽑기 등 '단순 취로사업' 정도로만 인식돼 온 공공근로사업이 다양화.전문화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9%대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최근 3~4%대로 떨어져 저소득층 대상 공공근로의 필요성은 줄어든 반면 점차 증가하는 고학력 청년 실업자를 위한 일자리는 더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공공근로자 1만2천7백99명 중 15%(1천8백61명)가 전문대졸 이상이다. 광주(25.3%)와 대전(21.6%)은 서울보다도 고학력자가 많다.

하루 일당이 1만9천~2만9천원에 불과한 데도 고학력자가 공공근로에 몰리는 것은 간호사.교사.전문사서.환경기사.상담사 등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

특히 경력을 쌓다 관련 업계로 진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상당한 이유다.

대전 정부기록물보존소에서 국가 기록물을 정리하고 있는 3백15명의 공공근로자들 가운데 80%는 사학.문헌정보학.한문학 등을 전공한 대졸자들.

이곳에는 일제 총독부 문서 등 귀중한 사료(史料)가 많아 연구소 등 전문직 취업 준비에 짭짤한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졸자들이 줄을 설 정도다.

광주 동구보건소에서 간호 보조일을 하고 있는 조은희(趙恩嬉.28.여)씨는 양호교사 시험에 합격하고 발령을 기다리는 상태.

趙씨는 "임용이 언제 될지 몰라 미리 실습하는 셈치고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문인력이 공공근로사업에 몰리자 공공기관들의 업무 효율도 오르고 있다.

환경기사가 부족해 애를 먹던 서울 중랑하수처리사업소의 경우 오.폐수관리업체에서 간부로 일하다 실직한 사람 등 5명의 전문 인력을 수질 감시 업무에 투입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도 화학.환경보건학 학과를 나온 5명을 먹는 물 수질 검사에 유용하게 쓰고 있다.

서울시 백일헌 공공근로사업팀장은 "공공근로는 만 18~60세의 실직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므로 남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취업의 징검다리로 활용하면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두훈.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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