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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따돌림 추방의 해로"
02-01-07 10:30 1,472회 0건
"학교폭력·따돌림 추방의 해로"


초등생 죽음 계기 학부모모임 발족

“멀쩡한 아이가 학교에서 집단폭행을 당해 우울증에 걸렸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거나 사과하려 하지
않습니다.”

3일 오후 2시 경기 과천시 갈현동 갈현한마음센터 3층 주민휴게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매서운 날씨에도 문원초등학교를 비롯한
과천시내 초·중·고 학부모,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와 과천여성
연대 회원 등 2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모인 것은 `학부모
학교폭력대책회의"(가칭) 발족을 위해서였다.

이날 모임을 이끈 문원초등학교 운영위원회 운영위원 조수영(37)씨
는 “정현이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며 “이번 일을 그대로 덮어놓으면 정현이와 같은 불행
한 아이가 또 나오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현이는 급우들의 집단따돌림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지난해 11월
15일 밤 자신의 집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려 사경을 헤매다 끝내 숨
을 거둔 선정현(당시 12살·과천 문원초등6)군을 말한다.

이들은 이날 모임에서 책임자 처벌과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제2·
제3의 정현이가 나오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학교와 교육당국
에 요구하고, 이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가를 상대
로 소송을 준비하기로 했다. 또 인터넷상에 학교폭력 뿌리뽑기 홈페
이지를 마련해 네티즌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방지 캠페인도 벌여나가
기로 했다.

과천 지역 학부모들과 시민단체가 `학교폭력 대책회의"를 만들어
본격 활동에 나선 것은 학교쪽과 교육당국, 가해자 부모들이 한결같
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 데서 비롯됐다.

정현이가 숨진 직후인 지난해 12월초에 열린 문원초등학교 운영위원
회에서, 학교쪽은 `정현이의 사고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집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며 애써 책임을 외면했다. 또 학부모들이
정현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장의 사퇴와 담임 교사 징계 등
을 요구하자 `명예훼손"까지 들먹이며 묵살했다.

문원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들은 “안양교육청, 경기도교육청,
교육인적자원부 등의 진상조사도 단지 여론의 등에 떠밀려 나온 것일
뿐 형식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진상조사에 나온 한 장학사는 `크
리스마스 선물을 준다는 생각으로 학교와 가해자 아이들을 다 용서해
라"고 말하더군요. 또 사건이 지난 뒤 1개월이 훨씬 넘었는데도 아직
피해자 입장에서 자세한 사건경위 조사조차 벌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책임떠넘기기는 정현이 가족을 두번 울리게 만들었다.
“아무도 믿을 수가 없더군요. 죽은 정현이는 말이 없는데, 살아 있
는 사람들은 왜 그리 말(변명)이 많은지….” 이날 경기 과천시 원문
동 ㅈ아파트에서 만난 선정현군의 어머니 장아무개(39)씨는 정현군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애끓는 슬픔에 목메여 울멱였다.

“올해는 집단따돌림이라는 말이 학교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상처를 받고 하늘나라에 간 정현이가 조금이나마 편안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정현이 어머니의 눈물 맺힌 새해희망이다.


한겨레 <과천/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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