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인천 인하대병원 소아과 병동 835호에서는 이병돈(10)군 이 눈을 감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지난해 초부터 `부신백질 이영양증"이란 난치성 희귀질환을 앓기 시작한 이군은 어느새 시력을 거의 잃고 온몸이 마비돼 말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태다.
영화 <로렌조 오일>로 잘 알려지게 된 이 병은 정확한 원인도 모르는데다 치료제도 없다. 발병 뒤 신체기능을 점차 잃다가 대체로 성인이 되기 전에 숨지며, 국내에는 2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 다. 발병 이후 병돈이네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전세 2천만원, 15평짜리 아파트에서 가뜩이나 힘겹게 살아온 병돈이 네는 최근 아버지 이규명(42)씨가 실직한 데 이어, 반신불수인 할아 버지를 모시며 버팀목 구실을 해온 어머니(39)마저 우울증으로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결국 초등학교 2학년인 여동생(8)은 친척집에 맡겨졌고, 할아버지는 사회복지 시설에 들어갔다.
병돈이 곁을 지키고 있는 이씨는 “지난 시간이 차라리 악몽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벌써 6년째 입원과 퇴원을 되풀 이하고 있는 방은진(6)양도 병돈이처럼 난치성 희귀 질환자다. 태어 난 지 나흘째 되던 날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 장애"가 발생해 지금까지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다. 은진네도 역시 한달 60만원의 벌이와 정부의 생계보조금 20만원으로 75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다.
병돈이와 은진이처럼 발병 원인커녕 병명조차 알 수 없거나 약을 구할 수 없어 절망에 몸부림치는 난치성 휘귀 질환자들이 가난과 사회적 무관심 탓에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한국희귀의약품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환자 수 2만명 이하의 질환" 통계를 보면, 국내에는 35개 희귀질환에 2만156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정의 와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데다 이마저도 `2만명 이하"라는 조건을 달고 있어 정확한 통계로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희귀질환 가운데는 다운증후군이나 루게릭병처럼 잘 알려진 것말고도, 외모로는 여자이지만 생리 구조상으로는 남자로 살아가야 하는 반음양증, 고양이 울음소리로 우는 묘성 증후군, 두살배기가 생리를 하는 성 조숙증 등 듣도 보도 못한 것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들 질병에 걸린 환자들은 치료방법을 알 수 없다는 좌절감이나 벅찬 의료비말고도 주위의 따가운 눈길 때문에 소외되거나 더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김아무개(33·경북 포항)씨는 20여년 전 어머니가 유전성 희귀질환인 `소뇌 위축증"을 앓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누나와 김씨까지 잇따 라 같은 병이란 판정을 받았다. 소뇌 위축증은 청년기에는 건강하다 가 40~50대에 갑작스럽게 걷지 못하게 되고 언어능력마저 잃게 되는 병으로서, 역시 치료방법이 나와 있지 않다. 김씨는 “주변에서 아이 둘도 혹시 발병하지 않을지 지켜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눈물을 떨구었다.
정부는 뒤늦게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지침"을 마련 해 올 1월부터 만성 신부전증과 근육병, 혈우병, 고셔병 등 4개 질환 7132명의 환자들에게 의료비 본인 부담금을 일부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부회장은 “시급한 것은 일부 희귀 질환자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희귀질환 전반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그에 바탕한 종합적인 지원대책”이라고 말했다. 희귀 질환자 중 상당수는 조기치료를 통해 완치될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겨레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영화 <로렌조 오일>로 잘 알려지게 된 이 병은 정확한 원인도 모르는데다 치료제도 없다. 발병 뒤 신체기능을 점차 잃다가 대체로 성인이 되기 전에 숨지며, 국내에는 2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 다. 발병 이후 병돈이네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전세 2천만원, 15평짜리 아파트에서 가뜩이나 힘겹게 살아온 병돈이 네는 최근 아버지 이규명(42)씨가 실직한 데 이어, 반신불수인 할아 버지를 모시며 버팀목 구실을 해온 어머니(39)마저 우울증으로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결국 초등학교 2학년인 여동생(8)은 친척집에 맡겨졌고, 할아버지는 사회복지 시설에 들어갔다.
병돈이 곁을 지키고 있는 이씨는 “지난 시간이 차라리 악몽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벌써 6년째 입원과 퇴원을 되풀 이하고 있는 방은진(6)양도 병돈이처럼 난치성 희귀 질환자다. 태어 난 지 나흘째 되던 날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 장애"가 발생해 지금까지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다. 은진네도 역시 한달 60만원의 벌이와 정부의 생계보조금 20만원으로 75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다.
병돈이와 은진이처럼 발병 원인커녕 병명조차 알 수 없거나 약을 구할 수 없어 절망에 몸부림치는 난치성 휘귀 질환자들이 가난과 사회적 무관심 탓에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한국희귀의약품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환자 수 2만명 이하의 질환" 통계를 보면, 국내에는 35개 희귀질환에 2만156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정의 와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데다 이마저도 `2만명 이하"라는 조건을 달고 있어 정확한 통계로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희귀질환 가운데는 다운증후군이나 루게릭병처럼 잘 알려진 것말고도, 외모로는 여자이지만 생리 구조상으로는 남자로 살아가야 하는 반음양증, 고양이 울음소리로 우는 묘성 증후군, 두살배기가 생리를 하는 성 조숙증 등 듣도 보도 못한 것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들 질병에 걸린 환자들은 치료방법을 알 수 없다는 좌절감이나 벅찬 의료비말고도 주위의 따가운 눈길 때문에 소외되거나 더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김아무개(33·경북 포항)씨는 20여년 전 어머니가 유전성 희귀질환인 `소뇌 위축증"을 앓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누나와 김씨까지 잇따 라 같은 병이란 판정을 받았다. 소뇌 위축증은 청년기에는 건강하다 가 40~50대에 갑작스럽게 걷지 못하게 되고 언어능력마저 잃게 되는 병으로서, 역시 치료방법이 나와 있지 않다. 김씨는 “주변에서 아이 둘도 혹시 발병하지 않을지 지켜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눈물을 떨구었다.
정부는 뒤늦게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지침"을 마련 해 올 1월부터 만성 신부전증과 근육병, 혈우병, 고셔병 등 4개 질환 7132명의 환자들에게 의료비 본인 부담금을 일부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부회장은 “시급한 것은 일부 희귀 질환자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희귀질환 전반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그에 바탕한 종합적인 지원대책”이라고 말했다. 희귀 질환자 중 상당수는 조기치료를 통해 완치될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겨레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