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층 공공의료 4조투입’ 알고보니 ‘사기극’       05-06-20      1781   
서민층 공공의료 4조투입’ 알고보니 ‘사기극’




정부가 4조원을 투입, 중산·서민층을 위한 공공의료를 대폭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 예산이 신규 투입분이 아닌 기존 공공보건·의료 예산 수년치를 단순 합산한 금액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같은 정부 발표는 일부 부유층 내국인이 외국인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에 대한 서민층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나온 것이어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펼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2009년까지 모두 4조원의 예산을 투입, 공공의료를 대폭 확충한다는 내용의 ‘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및 공공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인천 등 경제특구에 설립될 외국인 전용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대신 서민층에 양질의 공공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현 국립의료원을 국가중앙의료원으로 확대하고 시설과 인력도 외국인 전용병원 수준으로 개선한다.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9개의 지역 암센터가 설치되며, 지방공사의료원 34곳과 적십자병원 6곳도 시설·장비가 크게 나아진다.

당시 복지부가 발표한 이 대책은 ‘공공의료 확충에 4조원 투입’ 등의 제목으로 신문과 방송 등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특히 복지부는 이 발표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내국인의 외국병원 진료를 반대했으나 발표와 함께 ‘내국인 진료 허용’ 방침으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은 “복지부가 예산 4조원이라는 ‘당근’에 이끌려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려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24일 경향신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복지부 등 정부가 약속한 ‘공공의료 확충용 예산’ 4조원은 국립의료원과 국립암센터, 지방공사의료원, 보건소 운영비 등 기존 공공보건·의료 예산 5년치가 단순 합산된 금액으로 신규 예산 투입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이 예산에는 공공의료 확충 주무부처인 복지부 관할이 아닌 경찰병원(경찰청), 보훈병원(보훈처), 산재병원(노동부)의 예산도 합계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4조원 중 올해 투입될 예산에는 서민층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의 핵심인 국가중앙의료원 설립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정부가 일부 부유층에 고급 의료를 허용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거짓 발표를 했다”며 “외국인 전용병원에서의 내국인 진료 허용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김준 기자

경향신문 (200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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